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,
난 더이상 사랑을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.
사랑을 하기에 현실속에서 감정을 너무도 많이 소모시켰던 탓으로
낭만적인 삶을 살아가기에 내 심장은 이미 식어버렸다고 느꼈던 것 같다.
그런데, 꽃이 피는 봄이면 가슴이 설레여왔던 것도 그 즈음이었던 듯하다.
2009년의 봄에도, 난 피어나는 꽃들을 가슴설레이며 즐겼고
은근히 낙화를 기다리며 술마실 핑계를 준비하고 있었다.
어디든 꽃들이 만발하던 5월,
난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못한 채 내 운명과 마주치고 말았다.
그녀는 요란하지 않은 몸짓으로 내 옆에 앉더니
어느 날은 내 손을 달라하고, 또는 눈을 달라하더니,
어느 날,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내 심장을 움켜지곤 한 입에 삼켜버렸다.
그날 이후,
나는 시름시름 앓게 되었고, 그 아픔은 고통이면서도 기쁨이어서
나는 바보가 되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