- 청춘의 마지막 詩篇 3
한때
공원 벤치들은 자리를 비워두고
우리의 도착을 기다렸다
밤과 가로등,
어둠 속의 나무들은 아름다웠으며
평평한 듯 보이지만
비가 오면 늘 물이 고이는 자리가 있었다
우린 지나는 길에 물장구를 치고는
철도 없이 웃었다
눈 뜬 채 곳간 털리듯 세월은 간다
장난기 가득하던 내 두 눈엔 웃음이 가셨으며
창문 밖 푸른 숲의 흔들림 위로
이제, 하나의 인생이 흘러감을 본다
이제 나의 생은 조용히 그 푸른 매혹을 바라보는 일
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유리창을 깨끗이 닦는 일이다
푸른 숲의 순결한 빗방울 또한
유리창엔 지울 수 없는 얼룩의 예감
평평한 듯 보이지만
비가 오면 늘 물이 고이는 자리가 있다
- 이 종 욱, 2000