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00년, 20대 후반의 나이에 읽었던 박상륭 선생의 "죽음의 한 연구".
그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, 나는 단 한마디도 덧붙일 수가 없었다.
독자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만연체의 문장은 또한 유려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수놓여져 있으며,
기괴하기가 이를 데 없는 주인공의 기행은 또한 불가와 예수의 전승을 되새기고 있는가 하면,
몽환적이며 비사실적인 소설의 배경은 또한 소설속으로 이입하려는 나를 지속적으로 낯설게했다.
소설을 읽는 내내 '유리'는, 또는 '박상륭 선생'은 나를 압도하였으며
소설을 읽고 난 느낌은 매우 당혹스러웠고,
그 당혹스러움은 아직도 날 곤혹스럽게 한다.
그러다, 근래에 웹서핑을 하던 중, "죽음의 한 연구"에 대한 좋은 감상평을 만나서 펌글을 옮겨둔다.
"죽어서는 삶을 논할 수 없고, 살아있는 동안은 죽음을 체험하지 못한다.
단 한 번의 체험으로도 생은 종료될테니까.
체험하지 않고도 죽음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건, 삶 속에 죽음은 이미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지.
오늘을 사는 이유가 살아있기 위한 삶이 아니라, 보다 잘 죽기 위한 과정은 아닐지...
모쪼록 오늘을 잘 살아야 하는 것인데, '잘 산다'는 것이 적잖이 모호하고 난해하다는 것이 문제,
그러니 부단히 배우고 익히고 깨우쳐야 하는 것...
그런 것 같다."
- "자줏빛구름"님의 네이버 블로그 「本來無一物」에서